 지난 1992년 상영된 궁리(巩俐) 주연의 ‘귀주 이야기(秋菊打官司)’와 유사한 일이 최근 중국에서 현실로 나타나 약 1억 명으로 추산되는 중국 농민공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평범한 ‘츄쥐’라는 힘없는 시골 아낙이 남편을 폭행한 마을 촌장을 고소하는 이야기를 그린 ‘귀주 이야기’는 상영 당시 중국 사회를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평을 받으며 큰 호응을 얻었다. 진정한 사과를 받아 내기 위해 제기한 고소가 물질적인 배상만으로 끝나자 ‘츄쥐’는 자신이 원했던 촌장의 사과를 끝까지 받아내기 위해 상소하고 결국 승소했다.
최근 허난성(河南省) 정저우(郑州)에서 농민공 리량리(李良丽, 60)는 26년이나 일한 공장으로부터 갑작스런 퇴직 통보를 받고 단 한 푼의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쫓겨나다시피 공장에서 나와야 했다.
공장은 리씨가 임시 노동자와 노동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퇴직금 지급을 거절했고, 리씨는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겠다는 일념 하에 정저우시 법률지원센터의 도움으로 공장을 고소했고, 6년 만에 공장으로부터 퇴직금 지급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이번 사건은 중국 최초의 농민공 퇴직연금 지급 사건으로 기록되면서 같은 처지에 있는 수많은 중국 농민공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리씨는 공사 현장에서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남편과 시어머니, 남편 전처의 부모, 자녀 등 8식구가 30㎡의 작은 공간에서 매달 남편 명의로 지급되는 퇴직연금 500위안과 자신의 월급으로 어렵게 살아왔다.
리씨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어느 날 공장 책임자로부터 “당신은 나이도 많으니 내일부터 출근하지 말라. 농민 임시 노동자는 원래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더구나 당신은 공장 측과 노동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양로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퇴직금은 지급되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다.
리씨는 “부당 해고 후 여러 차례 공장과 정부의 통일정책판공실, 인대대표기구 등을 찾아 양로보험금 지급을 위한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 당했다”면서 “26년이나 일한 공장에서 부당해고 된 것도 억울한데 퇴직금도 받을 수 없다니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그녀는 “임시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닌가, 임시 노동자도 늙으면 기대야 할 곳이 있어야 하고 최소한 밥은 먹게 해줘야 하지 않는가”고 주장하며 자신의 권리 찾기에 나섰다. 리씨는 정저우시 법률지원(法律援助)센터를 찾아 억울한 사연을 전했고 딱한 사연을 들은 마옌옌(马艳艳) 변호사가 공장 측의 부당해고와 퇴직연금 지급 소송을 맡고 제소했다.
하지만 리씨 사건은 일심판결에서 정부 통일판공실 서면 답변만으로는 사실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고, 상소한 이심 판결에서도 패소했다. 당시 리씨는 평범한 농민공으로 노동법 등 자신에게 적용되는 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정부는 농민의 생활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며 “나는 소송이 무섭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률 전문가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농민공들의 사회양로보험금 지급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며 이와 관련한 정책조차 없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리씨의 퇴직금 지급과 관련한 소송은 근거로 삼을 규정조차 없는 상황에서 재판이 이루어져 패소는 당연한 일이었다.
마 변호사는 ‘노동법’으로 문제 해결이 안되자 ‘민법’ 소송으로 전환해 민법상 권리 침해 및 손해 배상 조건을 적용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는 중국에서 권리 침해와 관련한 노동 분쟁 소송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마 변호사는 “중국 ‘노동법’에는 기업은 반드시 채용자와 노동 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그를 위해 양로보험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리씨는 비록 농민 임시노동자이고 공장과 노동계약도 체결하지 않았지만 공장 측은 당연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그 결과 현재 리씨에게 많은 문제를 초래했다”며 리씨에게 매달 500위안의 퇴직연금을 지급할 것을 주장해 정저우시 중급법원에서 승소를 이끌어 냈다.
정저우 중급법원은 “농민공의 억울한 해고와 퇴직금 지급을 위해 노력한 마 변호사를 법률지원센터 우수 변호사로 선정하고 이와 유사한 사건 해결을 위해 중국 전역에 마 변호사의 재판 과정과 경험을 공개하겠다”고 전했다.
정저우시 법률지원센터는 “이번 재판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중 노동법에서 민법으로 돌려 다시 제소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면서 “농민공들이 퇴직금을 받으려면 이와 관련한 법규부터 수정해야 하는 등 법적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전국인민대표 회의에서도 중국 농민공들의 양로보험제도 적용과 완전한 사회보장제도 구축에 대한 건의가 수시로 제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농민공들이 실질적으로 느낄만한 혜택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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